감성정화

[스크랩] 가슴에 내려앉는 시 모음21 [BGM有]

사린미소 2013. 10. 19. 21:16

 

 

 

 

 

 

 

 

 

 

<조성우, 티티>

 

 

 

 

 

 

 

 

 

 

 

 

 

 

 

이윤학/첫사랑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조병화/공존의 이유

 

깊게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웃음을 나눌 정도로 지내기로 합시다

 

우리의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합시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얘기할 수 없으므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 것을 보일 수이 없으며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합시다.

 

우리앞에 서글픈 그날이 오면

가벼운 눈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

 

 

 

 

 

 

 

 

 

 

 

 

 

 


칸나꽃밭/도종환

 

가장 화려한 꽃이
가장 처참하게 진다
 

네 사랑을 보아라
네 사랑의 밀물진 꽃밭에
서서 보아라


절정에 이르렀던 날의 추억이
너를 더 아프게 하리라 칸나꽃밭

 

 

 

 

 

 

 

 

 

 

 

 

 

 

 

 

 도종환/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 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 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별빛/안도현


그대여, 이제 그만 마음 아파해라

 

 

 

 

 

 

 

 

 

 

 

 

 

 

 

 

 

김춘수/너와 나


맺을 수 없는 너였기에

잊을 수 없었고

 

잊을 수 없는 너였기에

괴로운 건 나였다.

 

그리운 건 너

괴로운 건 나.

 

서로 만나 사귀고 서로 헤어짐이

모든 사람의 일생이려니.

 

 

 

 

 

 

 

 

 

 

 

 

 

 

 

 

구양숙/봄날은 간다

이렇듯 흐린 날엔 누가
문 앞에 와서
내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

보고 싶다고 꽃나무 아래라고
술 마시다가
목소리 보내오면 좋겠다

난리 난 듯 온 천지가 꽃이라도
아직은 니가 더 이쁘다고
거짓말도 해 주면 좋겠다
 

 

 

 

 

 

 

 

 

 

 

 

 

 

 

 

류시화/화양연화

 

나는 너의 이마를 사랑했지

새들이 탐내는 이마

이제 막 태어난 돌 같은 이마

언젠가 한 번은 내 이마였던 것 같은 이마

가끔 고독에 잠기는 이마

불을 끄면 소멸하는 이마

 

스물두 살의 봄이었지

새들의 비밀 속에

내가 너를 찾아낸 것은

책을 쌓아 놓으면 둘이 누울 공간도 없어

거의 포개서 자다시피 한 오월

내 심장은 자주 너의 피로 뛰었지

나비들과 함께 날을 세며

 

다락방 딸린 방을 얻은 날

세상을 손에 넣은 줄 알았지

넓은 방을 두고 그 다락방에 누워

시를 쓰고 사랑을 나누었지

슬픔이 밀려온 밤이면

조용한 몸짓으로 껴안았지

 

어느 날 나는 정신에 문제가 찾아와

하루에도 여러 번 죽고 싶다, 죽고 싶다고

다락방 벽에 썼지

너는 눈물로 그것을 지우며

나를 일으켜 세웠지

난해한 시처럼 닫혀 버린 존재를

 

내가 누구인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지

훗날 인생에서 우연히 명성을 얻고

자유로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그때가 나의 화양연화였지

다락방 어둠 속에서 달처럼 희게 빛나던

그 이마만이 기억에 남아도

 

 

 

 

 

 

 

 

 

 

 

 

 

 

 

 

 

최정례/아라베스크


그는 내 이름을 끊으려 했다고

끊겠다고 했어요

 

그가 공사장에서

콘크리트 바닥을 해머로 내리치는 걸 봤어요

드릴로 구멍을 파고 불칼로 쇠를 잘랐어요

그는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고 쌍욕을 해댔어요

 

그러다가도

날아가던 작은 새를 보고

그것은 참새가 아니라 방울새라고 했어요

 

나는 그게 방울새인 줄 처음 알았어요

 

 

 

 

 

 

 

 

 

 

 

 

 

 

 

 

황경신/청춘

 

내 잔에 넘쳐 흐르던 시간은
언제나 절망과 비례했지
거짓과 쉽게 사랑에 빠지고
마음은 늘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어

이제 겨우 내 모습이 바로 보이는데
너는 웃으며 안녕이라고 말한다

가려거든 인사도 말고 가야지
잡는다고 잡힐 것도 아니면서
슬픔으로 가득찬 이름이라 해도
세월은 너를 추억하고 경배하리니

너는 또 어디로 흘러가서
누구의 눈을 멀게 할 것인가

 

 

 

 

 

 

 

 

 

 

 

 

 

 

 

 

이홍섭/서귀포


울지 마세요

돌아갈 곳이 있겠지요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구멍 숭숭 뚫린

담벼락을 더듬으며

몰래 울고 있는 당신, 머리채 잡힌 야자수처럼

엉엉 울고 있는 당신

 

섬속에 숨은 당신

섬밖으로 떠도는 당신

 

울지 마세요

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

당신이라고

돌아갈 곳이 없겠어요

 

 

 

 

 

 

 

 

 

 

 

 

 

 

 

 

 나태주/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신경숙/사랑이 와서

 

좀 더 자라나 나를 지켜줄 사람을 갖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영원히 나를 늘 지켜줄 사람을 갖는다는 것은

약한 나의 존재를 얼마나 안정시켜줄 것인가.

 

새벽에 혼자 깨어날 때

길을 혼자 걸을 때

문득 코가 찡해질 떄

바람처럼 밀려와 날 지켜주는 얼굴

만날 수 없어서 비록 그를 향해 혼잣말을 해야 한다 해도

초생달 같이 그려진 얼굴

 

그러나 일방적인 이 마음은 상처였다.

내가 지켜주고 싶은 그는,

정작 나를 지켜줄 생각이 없었으므로.

 

 

 

 

 

 

 

 

 

 

 

 

 

 

 

 

 

최승자/기억하는가

 

기억하는가

우리가 만났던 그 날

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 물 내리던 그 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윤보영/비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詩,

오랜만이에요. 하드가 날아가는 바람에 저장해뒀던 시들을 고스란히 잃은 뒤라, 영 의욕이 없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시들만 추려서 가져왔으니 부디 용서하시길:) 

출처 : 엽기 혹은 진실..(연예인 과거사진)
글쓴이 : 마성의 여동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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