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병에 이어 소위 ‘허세병’으로 불리는 중2병, 그리고 초3병에 이르기까지 ‘나이병’ 시리즈 열풍이 거세다. 그런데 유아기에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과도기가 있으니, 바로 미운 세 살. ‘3세병’이라 이름 붙일 만하다.
3세병이 뭘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고3병에 이어 최근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고 있 는 중2병과 초3병. 과연 무슨 병일까? 먼저 ‘중2 병’은 중학교 2학년 또래 사춘기 아이들이 흔히 겪는 심리적 상태를 빗대어 말한 것으로 자아 형 성 과정에서 ‘자신은 남과 다르다’, 혹은 ‘남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져 허세를 부리는 것을 가 리키는 신조어다. 또 최근 동일한 제목으로 단행 본으로도 출간된 ‘초3병’은 1,2학년 때와는 달리 갑자기 어려워진 교과목과 늘어난 학업 분량으로 아이가 받는 심리적·신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것 을 말한다. 특히 요즘은 초등학교 3학년만 되어도 이차성징 급진기와 성조숙증으로 사춘기가 빨리 찾아오다 보니 초3병앓이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이 병들을 가만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 이 있다. 바로 신체적 변화와 주변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과도기를 겪으며 혼란스러워한다는 것. 과도기는 말 그대로 어떤 단계에서 그다음 단계 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이 런 기준에서 본다면 0세부터 6세까지의 유아기 중 아이도 엄마도 힘겨운 과도기는 단연 ‘미운 세 살’을 꼽을 수 있겠다. 우리 나이로 세 살이니 정 확한 월령을 따지자면 만 2세 무렵 아이들이 해 당된다.
세 살배기 아이들은 대개 엄마와 애착이 단단하 게 형성되어 엄마가 옆에 있을 때 정서적으로 안 정감을 느낀다. 또 한편으로는 대소변을 어느 정 도 가리기 시작하고, 말도 제법 늘어 독립적인 행 동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는 시기다. 때문에 아이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그 권한도 갖고 있다는 자신감을 밑천삼아 독자적 인 행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가슴속 깊이에는 엄마의 간섭 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과 ‘엄마의 보호권에 서 벗어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동시에 공존한다. 이처럼 불안정한 심리 때문에 3세라 는 나이를 어른으로 치면 신경과민 혹은 유아기 중 가장 히스테리컬한 시기라고 표현하는 전문 가들도 있다.
3세라는 나이는 지나치게 자유를 막아도 안 되 고, 그렇다고 너무 무관심해도 안 되는 까다로운 시기다. 그리고 이러한 이중적인 감정의 시기를 제대로 넘겨야만 진정한 의미의 독립성이 생기 게 된다. 중2병, 초3병에 필적할 만한 인생 최초 의 반항기인 미운 세 살을 ‘3세병’이라고 이름 붙 일 만한 것도 이 때문이다.
3세병 아이의 증상
전과 달리 오만하고 방자해 보인다 걸음마가 익 숙해져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인지 능력이 발달 해 주변 상황과 인과 관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 게 되는 월령. 아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근 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어딘가로 거침없이 돌 진하거나 엄마가 안 보는 틈을 타 의자를 밟고 책 상 위에 올라가는 일도 흔하다. 무언가 성취하고 난 뒤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은 마치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듯 하다. 아이가 전과 달리 행동 이 커진 것은 이제는 따라할 수 있는 모방의 수준 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모방은 아이의 본능이자 성장의 촉진제다. 아이는 주로 부럽다고 생각하 는 일을 따라하고 흉내낸다. 그리고 마침내 3세 라는 나이는 누워만 지내고 기어만 다니던 이전 과 달리 신체 능력이 받쳐주기 시작하는 시기. 돌 전에 짝짜꿍, 잼잼과 같은 착한(?) 모방을 했다면 이제는 모방의 수준이 높아져 어른들을 깜짝 놀 래킨다.
고함쟁이, 고집쟁이가 된다 하고 싶은 게 많다. 또 어느 정도 의사표현도 할 줄 안다. 하지만 아 직은 언어 능력이 완벽하게 뒷받침해주지는 못 한다. 그러니 뜻대로 안 될 때면 무조건 고함부 터 지르는 고집쟁이가 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왜?’, ‘뭐야?’를 입에 달고 사는 시기이기도 하 다. 주변 모든 사물과 환경에 대해 자신만의 세계 관을 형성해나가기 시작한다. 호기심과 도전의 식이 넘쳐난다. 동시에 주변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극도의 짜증과 분노를 보이기도 한다.

천사 같던 아이가 무조건 ‘싫어’라고 말한다 이제 는 언어로 ‘좋다’, ‘싫다’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싶 어한다. 특히 싫은 것을 표현할 때는 서슴이 없다. 무언가 원하지 않을 때 ‘싫어’라는 말을 함으로써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무조건 싫다고 반항하기도 한다. 이럴 땐 아이의 고집에 꺾이지 않고 허용되는 것과 그렇지 않 은 것을 구별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여기저기 사고치고 다닌다 왕성한 호기심으로 버라이어티한 말썽을 부리는 시기.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고 온갖 물건에 관심을 갖는 다. 엄마가 안 된다고 꾸짖으면 울 상이 된다. 혼날 거라는 걸 알지만 일단 저질러놓고 눈치를 살피기도 한다. 돌 전이었다면 엄마의 꾸짖음에 놀라 울거나 만지던 물건을 금방 단념하겠지만, 이제는 주변 사람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게 된 것. 안 되는 것 을 알면서도 하고 싶다는 마음의 갈등이 하루에 도 몇 번씩 오갈만큼 아이의 감정은 발달해 있다.
물건을 던지고 엄마를 때리기도 한다 엄마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3세병 증상 중의 하나가 물건 던지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물건을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곤 한다. 장난감은 물론 휴대전화, 리모 컨 등 일단 손에 있는 건 던지고 본다. 던진다는 것을 새롭고 신기한 놀이로 여기며 별 생각 없이 엄마 얼굴에 주먹을 날리기도 한다.
‘내가 할래’를 입에 달고 산다 신발 신기, 옷 입기,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기 등 사소한 것부터 모든 것을 직접 하고 싶어한다. 아직까지는 미숙해 보 여 엄마가 도와주려 하면 버럭 신경질을 내곤 한 다. 아이가 고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 로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 적당한 범위 내에서 허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3세병’ 속 숨은 의미를 읽어라
3세병은 진짜 병이라기보다는 3세 아이들이 그 시기에 거쳐야 할 심리적·신체적 발달 과업을 수행하 기 위한 일종의 과도기. 오히려 아이가 세 살 때 3세 특유의 고집과 반항을 보이지 않고 마냥 순하기만 하다면 그게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 아이에게 ‘3세병’ 증세가 왔다면 엄마는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아이를 지켜봐야 한다. 3세병을 잘 치르고 나면 이제는 ‘베이비’는 졸업하고 엄마랑 도란도란 이야기 도 나눌 줄 아는 ‘키즈’로 진입해 있을 것이다. 3세병 속에 숨겨진 의미를 짚어주자. 미운 세 살을 잘 보 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자.
재미로 보는 우리 아이 3세병 테스트
3세가 되면 혼자 하고 싶은 게 부쩍 많아지고 떼도 늘어난다. 아래 리스트를 차근차근 체크해보자. 해당 개수가 많다면 우리 아이는 현재 3세병 진행 중.
□ 마음대로 안 되면 무조건 소리부터 지르고 본다.
□ ‘내가 할래’를 입에 달고 산다.
□ 세상 무서운 게 하나 없다.
□ 부쩍 사고뭉치가 되어 얼굴이며 다리며 상처투성이다.
□ 얻고 싶은 걸 갖지 못하면 바닥에 드러눕고 본다.
□ 어딘지 모르게 전과 달리 표정이 오만하다.
□ 무언가 이루었을 때 의기양양하다.
□ 위험한 행동이 부쩍 늘었다.
□ 엄마 눈치를 슬슬 살핀다.
□ 뜻대로 안 되면 손에 있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던진다.
□ 고함을 빽빽 지르는 횟수가 늘었다.
□ 뭐든 사달라고 한다.
우리 아이 3세병 잘 보내려면…
1. 아이의 행동 동기를 긍정적으로 바 라본다 3세병 시기를 잘 나려면 아이 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생후 18개 월 무렵 아이의 발달은 실로 놀랍다. 조금씩 쌓여 왔던 경험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언어를 이해 하는 능력이 생기며 지적 도약을 한다. 어설프게 나마 휴대전화를 조작하거나, 우유를 컵에 따르 는 등 자신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하고자 하거나 열심히 관찰한다. 그러면서 사고를 치는 건 당연한 일. 미운 세 살의 반항과 고집에 대처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 리는 것이다. 왜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는지 원인 부터 찾아낸 후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 줘야 한다. 그다음은 상황에 맞춰 ‘달래거나 무시 하기’, ‘칭찬하고 설득하기’ 등의 방법을 적절하 게 사용하면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점은 엄마의 태도가 일관되어야 한다는 것. 들어줘도 되는 것 과 안 되는 것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하며, 안 되 는 것에 대해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줘야 한다.
2. 스스로 하려는 것을 격려해준다 아 이가 혼자 하려고 할 때 지레 위험하 다는 생각을 갖고 무조건 저지해서는 안 된다. 아 이가 혼자 하고자 하는 힘을 빼앗아버리면 결국 엔 아무것도 하려 들지 않고, 시키지 않으면 스스 로 할 수 없는 아이가 된다. 아이는 원래 무엇이 든 혼자 하고 싶어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의욕을 갖고 있다. 특히 3세 무렵은 혼자 배우는 힘을 익 히는 게 중요하다. 이 시기에 자립성·자발성을 키우는 것은 평생의 자립심을 키우고 주체적으 로 성장하고 발달해가는 인생의 토대가 된다. 단,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할 때면 화를 내는 대신 엄 격하게 타이른다.
3. 아이 뇌에 격려의 감정을 각인시켜라 아이는 칭찬을 받을 때면 뇌의 전두전엽 부위에 ‘즐겁다’라는 감정이 생겨난다. ‘즐겁 다’는 감정을 느낀 전두전엽은 학습을 통해 또 칭 찬받겠다는 의욕을 갖게 한다. 반면에 벌과 훈계 에 대한 것은 뇌의 변연계와 관련이 있다. 변연계 는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싸워야 할지, 도망을 가야 할지를 판단하는 부위로 불쾌한 감정을 동 반하는 학습은 변연계를 활발히 움직이게 한다. 아이가 무언가를 해냈을 때 칭찬하고 격려해주면 그때 받았던 행복한 기분이 지속적으로 반복 학 습되며 아이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
4. 때로는 무시할 필요도 있다 격려도 필요하지만 훈육도 필요하다. 아이 가 되지도 않는 고집을 부릴 때면 으레 엄마도 덩 달아 흥분을 하게 된다. 이럴 땐 ‘무시하기’ 방법 을 쓰는 편이 차라리 낫다. 아이가 아무리 고함을 지르고 생떼를 부려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다. 그래도 아이가 떼를 부린다면 “이렇게 계속 소리만 지르면 엄마는 네 말을 들을 수가 없어” 라고 말하고 자리를 잠시 벗어나 아이와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자신을 지켜봐주던 관객이 사라 진 걸 알게 된 아이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 고 울음을 멈춘다. 그다음 아이가 차근차근 자신 의 요구 사항을 말하도록 유도한다. 막무가내로 떼쓸 때는 통하지 않지만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 게 표현했을 때는 엄마가 자신의 요구 사항을 들 어준다는 사실을 학습시키는 요령이다.

5.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엄 격하게 제한한다 달래도 소용없고, 거리두기 요법도 먹히지 않을 때가 있다. 아이도 ‘이건 안 되는 것’이란 걸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 고 있다면 이는 ‘이렇게 고집부리면 엄마가 들어 주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숨어 있는 것이다. 특 히 공공장소에서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이때는 엄격하 게 제지한다. 우선 아이를 번쩍 안아 한산한 곳으로 간 다음 아이가 떼쓰기를 멈출 때까지 기다리 는 것. 끝까지 무시하면 아이도 결국엔 고집부리 는 걸 멈추게 된다.
6. 아이의 행동을 눈여겨보고 말에 귀 기울인다 3세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알아채주길 바란 다. 아이가 “엄마, 저거!”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 켰다면 “어, 저거? 멍멍이 말이야?” 하며 아이의 호기심에 반응해주자.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마 음을 알아챘다는 사실에 뿌듯해진다. 이러한 상 호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질수록 아이 의 3세병 증세는 한결 부드러워 질 것이다.
7. ‘해야 할 것’, ‘하지 말 것’을 명확하 게 알려준다 한창 3세병이 진행 중 인 아이에게 목소리를 높이거나 화를 내면 이미 아이한테 밀린 셈이다. 엄마에게는 ‘반항’으로 보 일 수 있지만, 사실 아이 입장에서는 ‘정당한 요 구’를 하고 있는 것. 독립심이 부쩍 늘어난 아이 는 사소하게는 신발 신고, 옷 입고, 현관문 버튼 을 누르는 것도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다. 이때는 아이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범위와 아닌 것을 명확하게 정하자. 간혹 아이가 절대 넘봐서는 안 될 부엌일까지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단호하 게 제지한다. 생활습관에 해당된 부분까지만 독 려해주고 안전에 관련된 부분은 “안 돼, 이건 위 험해. 잘못하면 다쳐요” 하고 말해주자. 이때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위엄 있게 말하는 게 포인트다.
3세병 걸린 아이, 피해야 할 바이러스는?
무조건 ‘안 돼’ 바이러스 자신의 요구가 매번 거절당하면 아이는 심한 좌절감에 빠진다. 스스로 요구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법을 익힐 수가 없다.
매사 ‘오냐오냐’ 바이러스 적절한 좌절 경험도 필요하지만 모든 것이 다 수용될 경우 참고 견디는 능력을 기를 수 없다. 인내심이 약해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하게 된다.
여차하면 ‘선물’ 바이러스 아이가 고집을 부리면 무조건 선물로 달래려는 엄마도 꽤 많다. 그 순간은 아이를 달래겠지만 떼쓰는 강도는 점점 심해진다. 아이 또한 떼를 부리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줏대 없이 ‘왔다갔다’ 바이러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다가 아이가 떼를 쓰면 결국 마지못해 들어주는 경우가 꽤 흔하다. 아이는 자신이 떼를 부리는 만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엄마로 인해 3세병 증세가 더 심해지는 셈.